바르셀로나행 사우디 항공
2023-09-01

12시간 하고도 5시간을 하늘 위에 떠있었다. 길고 긴 비행이었다. 주변에 앉은 아주머니들이 무척 소란스러워서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기내식이 맛있고, 간간히 감자칩 같은 간식을 줘서 입이 쉴 새 없이 행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공항에서 경유를 했다. 5시간 정도를 공항에서 쉬었다. 공항은 무척 쾌적했다. 깨끗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공항에서는 당황스럽지만 웃음이 나는 일도 겪었다. 이곳은 공항의 기도실에 딸린 수도 시설인데, 내가 그만 여기서 세수에 양치까지 해버린 것이다. 공항에 기도실이 있을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들어가는 순간부터- 변기가 없다는 것에, 세면대 대신 대리석 의자가 놓여있는 것에, 그리고 방이 하나 딸려 있고 그 안에 여자들이 누워 쉬고 있는 것에 '여긴 화장실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일단 수도 시설을 봤으니 입에 문 거품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쭈구려 앉아 세수까지 하고 얼굴의 물기를 털어내는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다가와 내 어깨를 톡톡 두들기더니 알 수 없는 말을 몇 마디 하고는 이내 사라지셨다. '사우디는 정말 희한한 곳이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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