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다이칸야마
2023-10-16

도쿄 여행 5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비가 거세게 내렸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작은 우산을 펼쳐 들고 거리로 나와 다이칸야마로 향했다. 오전 내 츠타야 서점에 딸린 스타벅스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노트를 펼쳐서 이번에 참여하게 된 SDF 영디자이너 인터뷰 답변을 써 내려갔다. 4일 동안 하루종일 걷기만 하다가,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니 좋았다. 

 

 

 

 

츠타야 서점은 구성이 정말 좋았다. 세 채의 건물이 나눠져 있고 야외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책과 상품의 배치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판매 상품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으며 한 곳에 모아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가 곳곳에 비치가 되어 있었다. 엽서부터 가방, 향수, 식기,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중간중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과 어울리는 상품을 서가 곳곳에 분산 배치하여 상품 하나하나 집중도를 높이고, 또 책과의 시너지도 일으키는 방식. 참 섬세했다. 

 

 

 

 

 

 

 

 

미술관을 못 간 게 영 아쉬워서, 근처 사설 미술관이 있나 찾아보았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사토사쿠라」 라는 미술관이 있었다. 벚꽃과 여성에 관련된 회화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었다. 캐시 없이 찾아갔다가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환전을 하고 다시 방문했다. 일본은 현금이 없으면 참 불편하다. 관람료는 500엔. 미술관이 크지는 않았다. 내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도쿄의 소규모 사설 미술관에도 들려봤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부심을 얻었다. 

 

메구로 강을 따라 벚나무가 심겨 있었다. 봄에는 환상이겠구나. 

나카메구로역 근처로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문인지 창문인지 모르겠는 곳 앞에 알 수 없는 일본어 팻말이 놓여있었다. 왜인지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부러 찾아온 게 아니라는 듯 지나쳤다. 스스로도 쓸데없는 곳에서 소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걷다가, 역시나 눈에 보이는 만만한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소바를 먹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 먹을 복은 없었나 보다. 후식을 먹으려 찾아간 도넛 가게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뭘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그냥 걷기로 한다. 구글맵을 의지한 채 시부야까지 걸었다. 30-40분 정도. 일전에 찾아두었던 찻집에 들어가 메이플시럽이 뿌려진 케이크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은 늘 그랬듯 편의점 주전부리. 하얀 사케 맛 호로요이 맥주와 육포, 떠먹는 젤리를 사들고 숙소 라운지에서 조금은 쓸쓸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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