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알라르 - 비지트 프리베
2023-06-25

사적인 방문 visite privée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방문하는 일은 살면서 누리는 가장 은밀하고도 호화로운 특권이다.'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전을 보고 왔다. 공간에 담긴 주인의 생활상과 안목, 그리고 사진가가 발견한 공간에서의 다양한 감각들을 둘러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알라르 작가가 말하길, 사진은 자신이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사람들과 나누는 수단이라 했다. 사진에 담긴 좋은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좋은 와인과도 같은 것이라. 아름다움이란 마음의 반창고 같은 것이어서, 여러 사람과 나눌수록 좋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으로 보이는 오래된 것'과 '오래되어 보이는 현대적인 것'이 만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간 디자이너 악셀 베르보르트의 집. 

 

 

내벽 마감에 쓰인 목판재

나는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인간이지만 개성이 뚜렷한 맥시멀리스트의 방을 볼 때면 괜히 동경하게 되는 것 같다.

 

 

목재와 대리석의 조화

 

 

데이지 장식의 귀여운 쿠션 의자와 줄무의 패턴

 

 

 바닥의 테라조와 목재 테이블의 조화. 상판 대리석의 회색, 벽체의 아이보리, 의자의 라임, 화병의 파랑, 꽃의 보라, 샹들리에의 황동까지.

 

 

 

 

 비 내린 듯 촉촉한 푸른색 대리석 바닥

 

 

 

바닥의 대리석 패턴

 

붉은 목재의 바이닐 플레이어와 버건디색 커튼, 하얀 벽과 공조 시스템을 가린 하얀 메쉬망

 

 

 

▴ 유광 가죽과 하늘색, 시원한 회색의 침구, 스테인리스, 그리고 그것들의 질감과 모양

 

 

▴ 르꼬르뷔지에가 질투했다는 건축가 에일린 그레이의 '빌라 E-1027'

▴ 아기자기한 구조, 강약이 적절히 배합된 네모 반듯한 면들의 조합

 

 

▴ 가벼운 물성과 묵직한 물성의 대비

 

 

 

▴ 시원한 공간 규모, 커텐의 색과 작동 디테일

 

 

 

▴ 한스 요셉손

▴ 인위적인 장식이나 억지스러운 꾸밈이 가미되지 않은 상태

 

 

 

 

 

▴ 조르주 모란디의 작업실

 

▴ 단정한 서랍의 배열

 

▴ 유리의 오가닉 패턴, 촌스러운 것에서 오는 향수와 따뜻함

 

▴ 흔들리는 이처럼 틀어진 찬장의 문

 

 

 

 

 

 

사진에 담긴 섬세한 감각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의 시각과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에 대해 그 이유를 파헤치려 몰두해 관찰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경험했던 아주 사소한 경험이 지닌 아름다움을 비로소 발견한 것일 수도 있겠고, 겪어보지 못한 공간감과 시각자극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면, 어쩔 때는 실제로 겪은 경험보다 사진에 담긴 경험이 더 멋있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2차원의 네모난 프레임에 내가 좋아하는 제한된 요소들만이 담기기 때문일까. 알라르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즉석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언젠가 폴라로이드를 사야겠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잠깐 만난 사람들과 즉석 기억을 나누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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