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클램차우더
2023-02-13

 

몇 년 사이 비건 음식점이 부쩍 늘었다. 채식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지만, 환경을 위해서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든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고기 먹는 것을 포기하는 건 멋있는 일인 것 같다. 엊그제 다녀온 용산의 비건 식당 평화공원에서는 클램차우더를 주문해 먹었다. 조개대신 버섯을 넣어 요리한다고 했다. 문득 머시룸차우더라고 이름을 짓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버섯을 조개라고 생각하며 먹는 것일까? 클램차우더를 처음 먹어봐서 오리지널과 비교하지는 못하겠다만 나름대로의 감상을 몇 줄 적어본다.

 

차우더는 반짝이지 않는 연회색의 도자 그릇에 담겨 나왔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에서 채식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보기에는 매우 담백하게 느껴졌는데 첫술의 강렬한 맛에 흠칫 놀라게됐다. 원래 이 정도로 짠 음식인지는 모르겠으나 맛있는 것과는 별게로 종종 숟가락을 내려놓고 뜸을 들이며 먹어야 할 정도로 간이 셌다. 빵을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 부드러운 수프와 버섯 특유의 식감이 조화로웠고, 부서진 크래커 조각들과 따뜻한 수프를 함께 떠먹었을 때 바삭하다가도 눅눅하게 으깨지는 고소한 맛이 좋았다. 함께 간 친구는 표고 가지 덮밥을 주문해 먹었는데, 마치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나올 법한 건강하고 삼삼한 맛이 느껴진다 했다. 차우더를 곁들여 먹었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차우더의 종류도 지역과 들어가는 주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고 한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간 뉴잉글랜드식 차우더, 토마토가 듬뿍 들어간 맨해튼식 차우더, 그릇대신 사워도우 브래드에 담겨 나온다는 샌프란시스코식 차우더, 조개를 넣으면 클램차우더, 흰 살 생선을 넣으면 피시차우더, 옥수수를 넣으면 콘차우더, 구운 콩을 넣으면 빈차우더. 다음번에는 조개가 들어간 오리지널 클램차우더를 먹어보고 싶다. 맨해튼식 차우더는 토마토소스를 먹는 맛일지 궁금하고, 피시차우더는 생선살이 얼마나 포실하고 담백할지 궁금하다. 분명 맛있을 것 같다. 미국 여행을 가게 되면 어느 날 아침 유명한 차우더 식당에 들러 맨해튼식 피시차우더를 먹어야겠다. 

 

 

 

'글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젝트 ‘이끼’  (0) 2023.02.25
현영에게  (0) 2023.02.19
뽀얀 메이플처럼 담백한 사람이 되기  (0) 2023.01.16
괴로움 혹은 아름다움  (0) 2022.11.29
가을에 듣는 Time of Cherry Blossoms.  (0) 2022.11.27
𝘭𝘦𝘦𝘦𝘯𝘢𝘵𝘶𝘳𝘦
menu
💬 자연
걷고 발견하고 오감을 느끼고 감상하고 기록하기.